제목 원장이 마지막으로 오마도와 봉암리를 잇는 제3방조제 1,560미 작성자 최동현 날짜 2021-05-31 조회수 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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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이 마지막으로 오마도와 봉암리를 잇는 제3방조제 1,560미터를 걸어 건넌 것은 그 5월이 채 다 가기도 전의 어느 날 일이었다. 원장이 그 3호 방조제를 걷고 나서도 한동안 더 돌을 던져넣자 이젠 제방 안쪽 해상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원장의 목소리에 조급한 힐난기가 섞이고 있었다. 상욱도 이젠 내친김이라 말을 사양치 않을 기세였다.하루는 이순구라는 사람이 기상천외의 제안을 내놓았다. ‘노루 사냥 사건’때의 그 한국인 순시그는 이제 누구보다도 병원의 신임이 두터운 마을 대표의 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주정수의 낙토 건설을 위해 가장 창의적으로 자신을 봉사시킴으로써 당국에 대한 그의 충성심을 백분 발휘하고 있는 인물이었다.이순구는 마침내 자포자기가 되고 만다.어디 한번 입을 열 테면 열어보라는 식으로 동환의 원생들에게 마구 신경질스런 행동을 드러내기 시작한다.그러나 섬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의 비밀만은 절대로 입에 올리려 하지 않았다.그것을 말하는 것은 이미 이순구 개인의 비밀이 아니라 섬사람 전체의 금기가 된 지 오래였다.이순구는 점점 더 거동이 자신만만해져가고 있었다.병원 당국의 충직스런 손발이 되어 동료 원생들의 처지를 노골적으로 외면하고 나선다.그럼 다녀오십시오. 이과장이 좀 잘 설명을 드려주시구“ 아니 그럼 목숨까지 내걸어가며 일부러 물길을 택해서 섬을 헤엄쳐나가는 자들은 어떤 자들이란 말이오?”원장은 노인이 필시 그의 노회한 속셈을 숨기고 있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상욱은 이 날 따라 이상스럽도록 마음의 안정을 잃고 있었다. 숙소를 향해 병사 지대를 빠져 나오다가 문득 보육소의 서미연이라도 좀 만나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졌다. 그는 숙소 대신 보육소 쪽으로 건너가서 서미연을 끌어냈다. 상욱 쪽에서 미연을 찾은 것은 그것이 편해질 수가 없었다. 미연은 한눈에 벌써 상욱의 그런 기분을 환히 다 읽어버리고 만 것이었을까. 그리고 그 표정이나 언행이 한결같이 늘 침착하고 가지런하기만 하던 상욱의 동요 앞에 미연은 모처럼 만에 어떤 은밀스
원장은 이제 좀 맥이 빠진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원래 여유가 만만한 사내였다. 그는 바햐흐로 열이 오르기 시작한 상욱을 방해하려 하진 않았다. 맥이 좀 빠진 듯하면서도 이젠 그 상욱을 향해 빙긋빙긋 장난기어린 미소까지 지어보이고 있었다.서미연은 그러니까 한 달쯤 전서부터 이 섬 보육소의 미감아 아동들을 돌보고 있는 보모 겸 분교의 여선생이었다.이 섬 국민학교나 보육소엔 가끔 그런 아가씨들이 찾아와서 얼마간씩 일을 하다 돌아가는 일이 많았다.어느날 갑자기 섬을 찾아와선 가엾은 섬 어린이들을 위해 신명을 다하겠노라 간청들을 하고 덤벼들었다.병원에선 물론 그런 아가씨들의 청원을 섣불리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섬 사정을 자세히 설명해주며 좀더 생각을 해보라는 식으로 길을 다시 되돌려보내곤 했다.아가씨들은 대개 그쯤에서 맘을 고쳐먹게 마련이었다.생각을 다시 해보겠다거나, 부모들과도 좀더 의논을 해보겠다며 나루를 나가고 나면 대개는 다시 섬을 찾아오는 일이 없었다.하지만 그런 중에도 가끔은 도대체 고집을 꺽지 않는 아가씨들이 있었다.돌아다보니 언제 다가왔는지 여남은 발짝 등뒤에 황장로가 시선을 반쯤 외면한 채 한가로이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난처해진 의료부장이 상욱을 가로막고 나서려 했으나, 그 의료부장을 상욱이 다시 앞질러버렸다.그런데 이런 시설 공사가 하나하나 진행되어 나가는 동안 섬 안에선 그 작업의 성격이 서서히 조금씩 달라져가고 있었다. 공사 경비가 원생들의 노력 봉사에 의해 충당되어지는 부분이 차츰 많아져갔다. 이 무렵부터 섬 안에선 병원 시설을 마련해 준 시혜자에 대한 ‘보은 감사일’이란 날을 정해 놓고 한 달에 한 번씩 감사 묵념회를 시행하고 있었는데, 이날 출역한 원생들의 작업 노임은 전액을 앞서의 시설 건립 기금으로 헌납토록 종용되었다. 원생들은 군말없이 노임을 거둬 바쳤다. 더러는 당국의 취지를 기꺼이 수긍했고 더러는 그리 발가운 빛을 보이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환자들을 대표하고 있는 평의회의 결의라는 형식을 빌어 정해진 일이라 싫거나 좋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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