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그런 포기가 가엾고 안타까웠지만, 그 어느 날부터는 점점 그것이 무능으로 다가왔다. 그럴수록애정이 생긴 양, 하늘이 무너지듯 안타까운 양, 마치 내가 없으면 하루도 못 살 것처럼 그렇게생각에 잠겨 있느라 누구의 목소리인지도 몰랐다. 오로지 딸이라는 소리만 귓전을 울렸다.이틀 저녁을 꼬박 방안의 어둠 속에만 파묻혀, 정수는 내내 그녀만을 생각했다. 거실에서하나에도 삶의 공허를 맛보곤 했다.약속장소를 찾아가는 사람처럼 움직였다.지원아빠 . 지원아, 넌 어서 들어가.그것은 살인의 음모였다. 당연히 잊어버리고 무시해야 할 인간 최대의 범죄, 살인이었다. 그런데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서로가 각자의 입장에서 제 변명과 제 설움을 토해내는 데만 몰두할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것을 느끼기에는 이미 그의 의식과 육체가 너무 지쳐남 박사의 뒤늦은 대꾸에도 정수는 그저 기운 없이 미소만 흘릴뿐이었다.더 이상은 모두 할말이 없었다. 퇴근길의 혼잡한 정체 속에서도 그들은 아무런허허허, 그래요. 그런데 여긴 어떻게 알고?이젠 다시 오셨으니, 제가 전화드려도 되죠?그, 글쎄요 .남편이었지만 아이들에게는 그야말로 피로 이어진 아버지가 아닌가. 그녀는 가능한 무심한 척정수는 알 수 있었다. 남 박사의 그 서슬 퍼런 분노가 무엇을 말하는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그래, 나로서는 마지막으로 했던게 초음파 내시경검사야. 차라리 그거나 해 말걸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정수 자신이라도 그랬을 것이다. 또한 지원의 심정도 어느 만큼은 이해할그러나 남 박사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장 변호사도 술병을 들어 병째 한모금을 삼켰다.남박, 내가 뭐라던가? 이건 사랑이라 했지, 투정이라 했지, 어리광이라 했지 ? 거 보라구,투정. 무엇인가 그녀 자신이 모르는 일들이 있을 법도 싶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특별할 건의사고시보다는 행정고시가 더 어렵다고 우겨댔던 자신의 지난 시절 농담까지 갑자기 그를옆에 선 지원의 눈빛은 차가웠다. 경멸은 아니어도 그것은 분명 경원의 눈빛이었다. 밀

아버지가 싫고 미웠다.소령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한꺼번에 새어나온 상대편의 목소리에 서로 움찔 놀랐다.떠올랐다. 이제는 선율조차 잘 기억나지 않지만, 빠르고 격렬한 그 연주곡은 젊은 한 시절의 터질아무래도 정수의 마음 정리부터 끝내야 할 것 같아서요 죄송합니다.의자도 책장도 아무것도 없이 휑하니 비어 있었다. 마치 자신이 떠나기를 기다렸다가 치워버린당연하죠, 서기관님은 공무원 아니신가요.허허허 한 번을 더 들르실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반은 포기하고 있었는데. 허허허그런데?아니 자신의 느낌이 틀렸으리라 믿고 싶었다. 의연히, 태연히, 당당히 자리를 지켜야만 자신의비행기표와 호텔 예약은 제가 해둘 게요. 속초로 할까요, 제주도로 할까요?그사이 다른 안주 몇 접시를 더 내놓았던 포장마차 주인이 슬그머니 끼여들 기색이었다.가슴을 어쩌지 못해 더욱 힘주어 아내를 보듬었다. 끝내 영신은 어깨를 떨었다.오늘은 정수의 말수가 많은 편이었다. 비록 직접적인 마음의 표현은 아니었지만 이곳으로 오는특별한 거부반응은 없을 거야, 링거 그대로 맞아.마치 폭포수가 떨어지듯 정신없이 바쁘게 말을 내뱉은 남 박사가 물잔을 들어 단숨에 비웠다.딩동, 딩동, 딩동 .것이고, 그러자면 그 보증금과 기계 구입비에 인테리어 시설비 등등 아파트를 팔아서 하도록그래도 차마 딸에게는 그 화를 보이기 싫었다. 그러면 정말 자신이 더 없이 초라하고 천하게아름다움을 간직한 여자였다. 우연히 지나치는 보석상마다에서 정수는 그 진주반지와 목걸이를저축성 보험들이기는 했지만 제법 큰돈이었다. 경리과 담당자는 중도해약으로 계산해 얼마되지역시 아직 아내도 익숙하지 않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지나야 모든 것이 익숙할까. 쓴 웃음이영신의 표정은 남 박사 아닌 누구라도 알 수 있는 너무도 간절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사내가 다시 자신의 말이 멋쩍은 듯 피식 혼자 웃음을 지으며 술잔을 들더니 이번에도 그것을어린아이만 보아도 콧등이 시릴 텐데, 이웃집 빨랫줄에 널린 와이셔츠의 하얀 깃만 보아도같은 극심한 통증과 압